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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기대했던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관람하였습니다. 시기도 시기인 만큼 예고편에서의 압도적 CG를 보여준 여름시즌의 텐트폴 무비로서 홍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영화의 감상 포인트와 아쉬운 점 개인 감상평을 남겨봅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썸네일

 

영화정보

개요 : 2023. 8. 9일 개봉 / 15세 관람가 / 재난, 스릴러, 디스토피아 드라마 / 대한민국 / 러닝타임 130분 / 롯데 엔터

감독 : 엄태화 / 원작 : 김숭늉 / 촬영 : 조형래

출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블록버스터? or 텐트폴 무비?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필두로 BH-엔터의 주연급 배우들이 총 출동한 텐트폴 무비의 전형적 작품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마치 드웨인 존슨의 샌 안드레아스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지진을 보여주는 예고편 만으로도 '더 문'에서 호평받은 CG처럼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였기 때문에 감상을 서둘렀습니다.

스타벅스의 프라푸치노와 짭짤한 CGV 어니언 팝콘과 함께 감상을 마치고 난 지금 이 영화가 여름 시즌의 텐트폴 무비 성격의 영화인가?를 생각해 볼 때 제 결론은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시하다는 뜻의 혹평이 아니라 영화의 성격상 온통 무너지고 왕창 부서지는 시원시원한 연출과 이를 뒷받침하는 완성도 높은 CG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사이의 드라마에 포커싱 된 영화였습니다.

뜨거운 열기와 짜증 나는 습도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시원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같은 작품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포인트

그렇다고 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지진이라는 전형적 재난 상황에서의 갈등요소와 이를 해결해 가는 드라마라면 너무 뻔한 스토리라서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그리 뻔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스포 방지 차원에서 자세한 내용은 피하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몇 가지 감상 포인트를 꼽아봤습니다

● 지진이 가져온 사실의 은폐

아주 어이없지만 또 이게 극 전개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점이 지진이 왜 발생했는가? 왜 발생하는가? 에 대한 사전 접근과 설명 배경 뭐 이런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그냥 엄청난 지진이 벌어지고 딱 잘라 이때부터 사건들이 전개되는 과정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하지만 영탁(이병헌)과 민성(박서준)의 비밀과 아픔이 지진과 함께 발생하고 커버되는 오버랩 신을 보여주며 이후 영화를 이끄는 중요한 모티브가 됩니다.

● 대표 바퀴벌레 엄태구

감독 엄태화의 동생인 엄태구 배우가 카메오로 나옵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 있지만 초반과 마지막에 나오는 그의 행동에서 황궁 아파트와는 대비되는 바퀴벌레라 불리던 바깥세상의 사람들의 변화를 대변하는 연출적 묘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무서운 건 재난이 아니다

엄청난 지진으로 서울은 완전 폐허 상태가 되지만 영화가 이를 사람들을 위협하는 직접적 지속적 수단으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한 번의 상황 조성으로 끝입니다.

정작 황궁 아파트를 중심으로 살아남은 주민들을 끊임없이 갈등하게 하고 위협하는 것은 사람들과 사람들의 불안한 생각과 의심이었습니다.

● 인간성 vs 생존욕구

문명의 모든 편리한 도구들이 일순간에 사라진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 바로 우리 자신이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관객에게도 동시에 던져줍니다.

이기적이어도 집단 이기주의가 발현되며 집단의 안녕이란 이름하에 "주민"이라는 일정 자격을 갖지 못한 자들에 대하여 배척이란 광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속에서 인간성을 지키고자 행동하는 명화(박보영)와 도균(김도윤) 같은 사람들이 무리에서 어떤 취급을 받게 되는지 영화는 중심 스토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위협이 된다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노력합니다. 이 필사의 노력은 나름의 규율과 효율을 찾아가며 그들만의 결속력을 다져갑니다. 아낌없이 물불 안 가리고 황궁 아파트를 위해 가장 헌신하는 아파트 대표로 영탁을 선출하며 강한 리더에 복속하고 그를 중심으로 충성도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황궁 아파트 주민들의 결속과 단합은 이 그룹에 속할 자격이 없는 또 다른 이들에겐 그 자체로 심대한 위협이 되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며 이 점이 이 영화의 팽팽한 긴장감과 몰입을 끝까지 유지시키는 장점입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전부터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모든 것이 연기로 용서되는 이병헌 배우, 너무도 사랑스러운 박보영 배우, 매력적인 남주 박서준 등 이들의 재난 연기에 호기심 가득이었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연기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받쳐주는 당연한 무기로서는 발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한 연기 몰입과 팔로우로 배우들에 집중되기보다는 극의 흐름과 연속성에 중심을 두고 빠른 이야기 전개에 집중한 작품이었고 이 점이 신선하고 좋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영화 마지막의 박보영 배우의 대사"황궁 아파트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울림이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이 대사의 의미는 보신 분들만 이 아시겠죠.^ 반대로 아쉬움이라면 2가지 정도로

● 아파트 관리 소장의 뜬금없는 반란

찍어 놓고 통편집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정작 보이는 것은 배급이 적다고 불만을 가지는 모습이었는데 이거 가지고 반란은 좀... 약하다는 생각

● 혜원역의 박지후 배우

영화 전체의 가장 큰 갈등을 가져오는 혜원의 등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연출적 임팩트가 너무 약하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박지후 배우 좋아하는데 너무 분량도 적고 그렇게 가버려서 아숩...다는 사심이 듦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분명 디스토피아를 다룬 우울한 내용의 영화이지만 영화 초반을 지배하는 이병헌과 배우들의 잘잘한 유머와 함께 마지막에 이런 우울함을 관통하는 역설적인 생존자들의 행동으로 깨달음과 디스토피아를 지우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소소한 일상의 감상평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