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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개봉한 기대작 "더 문(The Moon)"을 관람하였습니다. 사전 정보 거의 없이 대학로 CGV에서 혼영을 즐겼는데 앞뒤로 중학생으로 보이는 단체 관람객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몰입해서 본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주 약한 스포가 있으니 주의해 주시고 지금부터 제가 본 "더 문"의 관람 후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영화 더 문 포스터 썸네일

영화정보

개요 : 2023. 8. 2일 개봉 / 12세 관람가 / SF, 액션, 드라마 / 대한민국 / 러닝타임 : 129분 / CJ ENM

감독 : 김용화     촬영 : 김영호     조명 : 황순욱

출연 :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     특별출연 : 김래원, 이이경, 이성민

 

 

신파가 정말 문제일까?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좀 봤다고 하는 사람이면 유독 박하게 말하고 치를 떨며 유일하게 용서가 안 되는 것이 '신파'라고 생각됩니다. 김용화 감독의 신파 사랑은 유별나서 그 정점을 찍었던 전작 '신과 함께'에서도 눈물 기본의 각본과 연출에 대한민국이 울고 웃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혹시나 했던 이번 작품 '더 문'에서도 감독님의 신파 사랑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신파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유독 신과 함께 1편에서부터 씨게 두드러기 경험이 있던 터라 약간의 두려움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순식간에 몰입되었을 만큼 굳이 평가를 하자면 신파의 강도는 전작에 비해 매우 약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스포일 수 있겠지만 신파의 구도는 전직 센터장이었던 설경구와 설경구의 동료였던 이성민 그리고 이성민의 아들인 도경수와의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영화 자체가 워낙 스피디하고 몰입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진 것인지 아니면 신파의 구도를 풀어가는 과정이 약하거나 연출적 완성도가 떨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무난하고 건조한 느낌으로 휙~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 말씀드렸지만 전작 '신과 함께'의 신파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일어난 반대급부라 생각되며 참고하시어 관람여부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

● 신파가 정말 문제라면 이번 작품 '더 문'에서 철저히 배재할 수 있을만한 능력도 있을 테고 SF라는 주제면에서도 충분히 배제할 만한 장치들로 배치할 수 있을 텐데 김용화 감독님은 이번에도 신파를 적절히 조율하여 영화를 만들었고 이번에 저는 두드러기 없이 무사히 영화 관람을 마칠 수 있었고 쉽게 말씀드리자면 울고 짜고 하는 억지 감정 제조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 문>의 티끌들

오히려 '더 문'에 아쉬웠던 것은 신파가 아니라 개연성 떨어지는 각본이었습니다.

● 영화 도입부 천문대 인근에서 사냥을 위해 길리슈트 비슷한 위장으로 조수와 숨죽이며 멧돼지를 기다리는 Scene은 왜 삽입된 것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참 뜬금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홍승희 배우가 연기한 이 조수와 전 센터장 설경구와의 관계 설정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설렁설렁 넘어가기엔 조수가 하게 될 역할이 꽤 비중이 있더군요.(더 이상 스포 금지)

● 세명의 우주인중에서 도경수 배우만 남게 되는데 사실 영화 안에서 도경수 배우는 우주선 조종 특기가 아닌 일반 달 조사 담당인 듯한데 UDT 출신입니다. 강한 정신력으로 끝까지 고군분투하는 역할의 설정인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와 설경구 전 센터장과의 관계 설정이 각본상 매끄럽지 않게 시작부터 꼬여있었고 영화 전개상 너무 우습게 화해해 버리는 점은 어설프게 느껴졌습니다.

● 이런 점에서 적절한 신파든 약한 신파든 다 넘어간다 쳐도 정말 '더 문'에서 아쉬웠던 점은 인물 간의 개연성이었고 이를 치밀하게 다듬지 못한 연출이 내내 걸렸습니다.

 

덱스터의 CG

다들 관심 있어하실 부분이 바로 '더 문'의 CG일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SF영화이기 때문입니다.

● 물론 아시겠지만 '더 문'이 우리나라 최초의 SF 작품은 아닙니다. 심지어 달이란 주제를 다룬 것도 최초가 아닙니다. 호평을 받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승리호'가 있었고 매우 어설펐던 달 연구기지 배경의 SF 미스터리 스릴러 '고요의 바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더 문'이 보여주는 SF에 기대가 큰 것은 김용화 감독과 그가 가진 재산인 덱스터 스튜디오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입니다.

● 덱스터 스튜디오는 국내 작품은 물론이지만 알게 모르게 중국 작품에 대한 CG도 엄청나게 의뢰받아 내공을 다져온 전문 스튜디오였고 그 역량을 이번 '더 문'에서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감탄을 했던 부분이 CG가 아닌 실제 세트와 소품으로 제작된 영화의 디테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블류의 그래픽 CG보다는 우리 리들리 스콧 형님이 초지일관 보여주는 실사 기반의 소품 디자인과 세트 미술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데요 바로 이런 디테일한 면모를 '더 문'에서 볼 수 있어서 놀랐고 좋았습니다.

● 이에 더해 달이라는 한정적 배경에서 우리가 익히 이미지화된 달의 비주얼을 정말 환상적으로 보여준 미술과 조명의 콜라보는 영화 내내 달이라는 숨 막히는 환경을 직접 체험하는 듯 극한 몰입도를 주고 있었습니다.

각종 디스플레이 패널에 플레이되는 영상의 디자인은 물론 버튼 하나 덕트 하나 정말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여 디자인하고 제작된 것을 볼 수 있어 정말 SF다운 작품이었다 생각됩니다.

● 실제로 SF 장르를 정말 고급지게 하는 요소는 바른다고 표현하는 그래픽 CG가 아닌 고증이나 상상을 통해서 디자인하는 소품과 세트 미술에 대한 디테일이라 생각하는데 영화 '더 문'은 이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우리나라 SF였습니다.

 

빛나는 배우들

● 연기 잘하시는 배우들 나옵니다. 재미있게 생각나는 부분으로 우주인 그룹과 이를 서포트하는 관제 센터의 사람들 그룹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관제 센터 사람들은 매우 경직되어 있고 이런 면을 보여주는 것이 전문 용어로 도배된 그들의 언어와 대사였는데 이에 반해 실제 매우 긴장해 있어야 되고 조심스러워야 할 우주인 들은 제법 농담도 하고 사용하는 언어도 매우 일상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었고 끝까지 악전고투하는 도경수 배우는 오히려 스윙키즈에서의 수려한 연기를 '더 문'에서의 우주복과 실드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움까지 느낄 정도였는데 이들의 연기가 치밀하지 못한 각본과 연출 때문에 빛을 못 본 것 같아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 천문대 조수 역할인 홍승희 배우는 뜬금없는 멧돼지 씬과 전 센터장 설경구와 친한 것 같은데 지워진 관계 설정, 그리고 배역의 중요한 역할까지 짊어진 배우이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에서부터 눈에 띄던 밝은 배우인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인스타 그램에서 매력적 모습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비티와 비교

배경이면 배경, 주제면 주제. 거의 모든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작품이 2013년 작 '그래비티'입니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산드라 블록을 주연 배우로 만들어 낸 이 작품은 국내 3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웰메이드 작품으로 '그래비티'는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1,569억)였고 '더 문'의 제작비는 280억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더 문'의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680만 정도입니다.

● 사실 '그래비티'를 봤을 때 놀라웠던 것은 소품이나 세트의 극한 완성도도 물론이었지만 시종일관 우주라는 공포의 공간을 체험하게 만든 음향 효과였습니다. '그래비티'를 보셨던 분들은 이 사운드에 중점을 두고 돌비 시네마 관에서 '더 문'을 감상하시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제작비를 떠나 '그래비티'의 완성도는 격차를 느끼게 하는 요소가 많지만 '그래비티'에 없는 것이 아니 압도하는 것이 '더 문'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유성우 폭파씬과 달 탐사선 레이싱으로 이어지는 시퀀스는 '더 문'이 그래비티를 압도하는 재미를 보여주는 백미라고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더 문'의 개인적 감상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