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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작은 초라한데 스포츠 브랜드의 No.1인 나이키도 그러했습니다. 영화 '에어'는 1984년 컨버스와 아디다스가 왕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던 때 겨우 러닝화 정도로 연명하던 쩌리 브랜드 나이키가 어떻게 마이클 조던과 계약하고 에어 조던을 탄생시켰는지를 짜릿하게 보여줍니다.

에어 포스터
에어 조던을 만든 사람들

 

영화정보

개요 : 2023. 4. 5일 개봉 / 15세 관람가 / 드라마 / 미국 / 러닝타임 : 112분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감독 : 벤 애플렉

출연 : 맷 데이먼(소니), 벤애플렉(필 나이트), 제이슨 베이트먼(롭), 비올라 데이비스(들로리스), 말론 웨이언스(조지), 크리스 메시나(데이비드 포크), 매튜 마허(피터 무어)

로튼 토마토 : 신선도 92% 관객 점수 98%

IMDb : 평점 7.8 / 10

 

에어 조던 탄생기

2023년은 농구 열풍입니다.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열풍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장항준 감독의 국내작 '리바운드'가 좋은 평으로 절찬 상영 중이고 지상파에서는 농구 예능이 인기를 끌고 레전드 선수들의 예능 출연도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농구를 좋아하시는 분은 물론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일상과 패션 아이템으로 꼭 가지고 있는 것이 농구화인데 농구화라고 하면 바로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바로 '에어 조던'입니다. '에어 조던' 하면 마이클 조던. 마이클 조던 하면 '에어 조던'이듯 이 둘은 탄생부터 하나였고 둘을 분리해서는 어느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농구에 있어서는 불멸의 아이콘이 된 이름입니다. 영화 '에어'에서는 이런 잘 알려진 사실을 만들어 낸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지루하지 않고 스피디하게 다루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진중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초의 에어 조던 1루키였던 마이클 조던
전설 옆에 전설

 

에어 조던을 만든 사람들

고교농구 올스타 대회를 만든 능력을 인정받아 나이키에 입사한 스카우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는 브랜드 파워에서 컨버스와 아디다스에 밀리고 있던 나이키를 위해 새로운 선수를 찾고 있었고 미완의 대기였던 마이클 조던의 재능을 알아보고 나이키의 명운을 걸고 그와의 계약을 추진하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마이클 조던은 컨버스와 아디다스의 영입 순위에 있었고 더욱이 마이클 조던 자신은 아디다스 브랜드에 꽂혀 있는 상태였기에 소니의 나이키와 계약할 확률은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였죠.

 

이 과정에서 소니를 비롯 나이키를 설립한 창업자 필 나이트(벤 애플렉), 마케팅 담당자인 롭, 그리고 신발 디자이너인 피터 무어의 열정적인 작전이 시작됩니다. 이들의 영입 작전은 컨버스와 아디다스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까요? 흔히 말하는 진정성에 바탕을 두고 마이클 조던의 미래를 확신하며 함께 꾸는 꿈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꿈은 마이클 조던이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던(흔히 말하는 마마보이는 아님) 조던의 어머니 들로리스 조던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하게 되고 어렵게 얻은 단 한 번의 미팅을 통해 계약을 따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컨버스와 아디다스는 기성제품을 권했지만 나이키는 세상에 없던 마이클 조던만을 위한 신발인 '에어 조던'의 콘셉트와 색상을 고민하여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를 매우 흥미롭게 보여주었으며 보는 내내 가슴이 쿵쾅거리며 신발임에도 신발 같지 않은 시대의 아이콘을 함께 맞이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영화의 가장 극적인 부분은 어머니인 들로리스 조던을 중심으로 마이클 조던의 가족을 설득하기 위한 미팅씬인데 가족을 맞이하고 인사를 나누며 어색함을 푸는것 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소개 영상을 보는 시간에서 뭔가 김이 빠지고 조던이 뻔한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은 낌새를 알아챈 소니가 모든 절차를 생략한 채 즉흥적으로 펼진 연설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 연설이 짜여진 연설문이 아닌 즉흥적으로 나왔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의 연설문 원본을 가지고 있다는 조지 라벨링 코치의 말과 오버랩되는 희열을 주는데 맷 데이먼이 괜히 멧 데이먼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멋진 연기였습니다. 어쩌면 몸을 쓰고 감정 연기를 보는 영화가 아니라 실제였을지도 모를 그들의 설득과 대화 기술 그리고 동기부여에 관한 말들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스포츠는 이것들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진실이니까요

 

이 영화를 보셔야 할 분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 작품은 톰 크루즈 주연의 1997년 작 '제리 맥과이어'였습니다. 스포츠 선수와 그를 스타로 만드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다룬 영화인데 비슷하기도 하면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달라 좋은 비교가 된다 생각됩니다.

말씀드린 대로 '에어'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쉬운 일은 없구나... 하긴 이미 업계의 전설이 되어버린 주인공과 그 주인공 만의 브랜드 탄생이 쉬웠을 리는 없지만 상품 기획과 마케팅은 물론 힘 빠지고 의욕 없고 하는 일마다 잘 안된다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뼈 때릴 정도로 아픈 조언이 아리라 힘내라고 토닥이며 웃을 수 있게 만드는 상큼한 영화정도? 이런 점에서 벤 애플렉의 연출이 매우 좋았다 생각합니다. 벤 에플렉과 맷 데이먼은 실제로도 절친으로 알려져 있는데 둘이 사귀나 싶을 정도로 요새 함께한 작품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앳된 청춘이 그려졌던 1998년작 '굿 윌 헌팅'이 있었고 최근 2021년 리들리 형님의 '라스트 듀얼'에서 공동 각본과 출연이 있었고 세번째 작품인 '에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대사

"광고 모델이 아니고 조던 자체가 신발이야"

"이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죽은 후에 잊히겠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신발은 신발일뿐이예요 마이클 조던이 신기전까지는"

"JUST DO IT"

"옳은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벌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미팅에서 멧 데이먼의 설득 연설은 통째로 명대사입니다.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 외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마이클 조던과 '에어 조던'을 알고 있는 분이시라면 쫄깃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워딩들이 영화 내내 펼쳐집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실제 '에어 조던'의 아버지로서 브랜드로서의 '에어 조던'을 탄생시킨 디자이너인 피터 무어는 영화 개봉을 끝내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는 에어 조던의 기본 디자인과 윙 로고는 물론 조던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점프맨의 로고까지 만든 '에어 조던' 브랜드의 핵심 인물로 사망 후 나이키는 물론 아디다스에서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는데 그는 아디다스에서도 북미 사업부 책임자로 일하며 아디다스 이큅먼트 로고를 직접 디자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RIP 피터 무어에어 조던 윙 로고
RIP 피터무어와 에어조던 윙 로고

또 한가지 안타까운 일은 1993년 조던의 아버지인 제임스 조던이 강도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하게 되는데 아버지를 살해한 강도는 다름 아닌 조던의 팬이던 10대 소녀 두 명이었고 범행 동기가 '에어 조던'을 사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오랫만에 유쾌하고 마음이 몽실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신고있던 그냥 예쁜 줄만 알았던 나의 에어조던 농구화와 옆에 서있던 행인의 에어조던이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은 덤~이었습니다.

행인의 에어 조던나의 에어 조던
그래 너희는 가치가 있는 아이들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