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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들은 솔로대로 커플들도 가끔은 남 모를 고민에 홀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는 그 외로움이 팽팽하게 늘어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때 생각나는 영화가 있으실까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90년대에는 이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고 이 영화의 마법(Magic)은 사랑하고 있는 이들과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대한 확신 또는 그러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영화였다고 기억합니다

샘과 애니. 서로의 마법을 확인하는 순간

영화정보

개요 : 1993. 12. 18 개봉 (2016. 12. 29 재개봉) / 12세 / 멜로 / 러닝타임 : 105분 / 콜럼비아 배급

감독 : 노라 애프론

출연 : 톰 행크스(샘), 맥 라이언(애니), 로스 맬링거(조나), 빌 풀만(월터), 로지 오도넬(벡키)

누적관객 : 23만 명

 

최고였던 맥, 물오른 톰

이 사랑스러운 두 배우를 빼고 이 영화를 얘기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맥 라이언은 로브 라이너 감독의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한편으로 로코 퀸으로 등극했는데요 이 전까지는 탑건, 이너스페이스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날벼락같은 인기를 얻은 셈이었습니다

비결요? 사랑스럽고 귀여움 측면에서 맥 라이언과 비교할 수 있는 배우가 당시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독보적이었으니까요

상대역이었던 빌리 크리스탈과의 남사친 여사친으로서 티키타카는 다소 유교적 연애관을 갖고 있었던 국내에는 너무나 신선한 충격일 정도의 스타일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맥 라이언의 괴성 연기는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톰 행크스는 스플래쉬(1988) 주연에 이어 빅(1989)의 주연으로 발탁된 신예였는데 특히 빅에서는 유년기로부터 성인에 이르는 탁월한 성장 연기로 주목받을 만큼 풋풋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이미 대배우의 싹이 보이는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두 배우는 이 영화 이전에 이미 호흡을 맞추었는데 1990년 작 "볼케이노"라는 작품이었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이 영화에서는 두 배우 모두 매력 발산에 약간 모자란 듯 아쉬웠는데 이때 다소 서먹했던 서로의 케미를 폭발시키듯 시애틀~에서는 너무나 환상적인 매칭을 보여주게 되며 이후에도 유브 갓 메일(1998)에서도 다시 한번 찰떡 케미를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주연 커플 역할로 한편도 어려운데 3편이라니 정말 환상의 궁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사랑의 완성

현실적인 가장 훌륭한 결혼 상대였던 월터가 있었지만 애니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송된 샘과 조나의 방송을 듣고 난 후부터 마음이 따르지 않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월터에게 고백하는데 이때 맞은편 보였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하트 사인을 보고 잊고 있던 약속을 떠올려 엠파이어 빌딩으로 달려가게 되고 샘과 조나와의 만남은 이루어집니다.

이 처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하면 수많은 연인들의 약속의 장소, 사랑이 이루어지는 마법과 같은 장소로 메이킹되었는데 이는 사실 매우 오래된 영화적 단골 소재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시애틀을 얘기할 때 반드시 함께하게 되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시애틀에서도 애니와 벡키가 늘 훌쩍이며 감상하는 영화, 샘의 여동생도 알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경비원 아저씨도 척하면 아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여성들이 알 것 같던 영화 An Affair to Remember(1957)입니다.

이 영화는 놀랍게도 1939년작 러브 어페어가 원작이며 이후 이 영화는 또 1994년에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 주연의 러브 어페어로 또다시 리메이크된 작품인데 이렇게 리메이크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직선적인 러브라인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며 영화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장소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아네트 베닝과 워렌 비티가 이 영화를 계기로 결혼했다는 사실도 드라마틱하게 다가옵니다.

 

마법을 믿는 사람들의 화양연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유쾌하고 단순하며 복잡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앞둔 상대에게 파혼 통보를 받아도 쿨하게 이해하고 떠나보내는 남자도 있을 만큼(말도 안 돼...) 언짢고 짜증 나는 상황이나 갈등을 야기하는 그 어떤 구조도 없는 아주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하는 배우자를 먼저 보낸 신파에 가까운 설정도 담담하게 그려낼 만큼 진부한 것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널브러졌는데 이상하게 크리스마스 때나 연말연시면 생각나 찾게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매직"이란 말로 서로에 대한 짝임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을 쉽게 말하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현실 상황과 인물들 자체를 형성하는 복잡 다단한 성격들이 만남의 우연 또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믿지 못하고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영역으로 치부해 버린 결과 이미 잃어버렸지만 한 때 꿈꿨던, 너무나 그리운, 행복했던 나의 호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우리들의 그때는 계산하고 서로를 재는 쩨쩨함의 시간은 아니었기에 직진할 수 있었고

무모했기에 빛났던 그런 우리의 모습을 샘과 애니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