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많은 조문을 하게되고 자연스레 장례에 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공통으로 듣게 되는 얘기는 영정사진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대부분 미리 준비하지 못한채, 급하게 휴대폰을 뒤져 나온 사진으로 제단에 올리면 그렇게 후회된다는 얘기들… 오늘은 영정사진에 대한 아주 현실적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미리 준비, 부정 탈까?

영정사진을 미리 준비하면 일찍 돌아가신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수의를 미리 만들거나 묘자리를 봐두는 것을 장수를 기원하는 효도의 표현으로 여겼습니다. 영정사진 또한 ‘장수사진’ 혹은 ‘수신(壽身)’이라 부르며, 미리 찍어두면 무병장수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 건강하고 기운이 있으실 때 가장 고운 모습을 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좋은 영정사진에 대하여
남자 검은 정장, 여자 한복에 경직된 무표정, 이건 무슨 원칙도 아니고 영정사진하면 떠오르는 그동안의 이미지였지만 최근 트렌드는 많이 달라져 ‘가장 본인다운 모습‘을 기준으로 다양한 표정, 자연스런 포즈와 고인이 좋아하던 옷차림으로 고인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는 영정사진 크기는 보통 가로 24cm, 세로 30cm 정도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멀리서 찍은 사진을 이 크기로 확대하면 얼굴이 다 깨져 보이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촬영하더라도 가급적 얼굴과 상반신 위주로 촬영해야 합니다.
사진관에서 준비하기
보통 동네 사진관이나 전문 스튜디오에서 영정사진을 촬영할 경우, 가격은 대략 5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비용에는 단순히 셔터를 누르는 것만이 아닌 어르신들의 피부 톤을 밝게 보정하거나 주름을 보기 좋게 다듬는 ‘정밀 리터칭‘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 안경착용 : 평소 안경을 쓰시는 분이라면 쓰고 찍는 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조명에 안경알이 반사될 수 있으니 알 없이 안경테만 쓰고 촬영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지만 포토샾의 마법도 가능합니다.
● 의상은 합성 가능 : 꼭 무거운 정장을 입고 사진관에 가실 필요 없습니다. 얼굴만 선명하게 잘 나오면 옷은 나중에 원하는 스타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 최근 모습이 정답 : 10년, 20년 전 젊은 시절 사진보다는 최근 1~2년 내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 고인을 추억하기에 더 적합한 영정사진이 됩니다.
요즘은 지자체나 복지관에서 ‘장수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또는 저렴하게 촬영해 주는 행사도 많으니, 부모님과 나들이 삼아 다녀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리 찍으면 오래 사신대요”라는 말 한마디면 부모님도 기쁘게 응하시지 않을까요?

사진을 장례식장 제단에 올리려면 액자가 필수죠. 표준 규격은 11×14인치(약 28x35cm)로 액자 가격은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만 원에서 7만 원 정도면 깔끔한 나무나 아크릴 액자를 맞출 수 있습니다. 사진관 액자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도 많던데 암튼, 화려한 것보다는 고인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는 심플하고 단정한 디자인이 좋습니다.
미리 준비 못 했다면? 상조회사 마법!
갑작스러운 이별로 영정사진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하지 말고 상조회사에 가입되어 있다면, 담당 지도사에게 원하는 모습의 부모님의 사진을 전달하면 연계된 전문 업체가 배경을 지우고, 정장이나 한복으로 옷을 합성하며, 화질을 선명하게 개선해 줍니다.
복원 및 합성 비용은 보통 3만 원에서 5만 원 내외이며, 액자 제작비는 별도입니다. 물론 포토샾의 마법으로 화질이 조금 떨어지는 사진도 제법 그럴듯한 영정사진으로 재탄생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례 후 남은 액자는 어떻게?
제사를 위해 보관하실 분들이 아니라면 장례를 마치고 난 영정사진은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집에 두면 안 좋다”는 속설 때문에 태우거나 버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딱, 정답은 없습니다.
부모님 화장시 함께 소각하거나 49재가 끝나고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작은 사이즈로 다시 인화해 거실 한쪽이나 제사 때 위패 곁에 모셔두기도 합니다. 부피가 큰 액자가 부담스럽다면 사진 부분만 따로 떼어 앨범에 보관하고 액자는 폐기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준비는 불효가 아닙니다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불효가 아닙니다. 오히려 예기치 못한 이별의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부모님의 품격을 지켜드리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배려입니다. 하지만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오늘 한번 부모님의 앨범을 찬찬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가장 환하게 웃고 계신 그 사진 한 장과 포토샾이면 미리 준비하는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생각됩니다. 또는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러 나들이 할 때 함께 촬영하는 것도 의미있는 준비라 생각됩니다.